재테크가 아니라 삶을 고민하게 만든 책 한 권 『나는 미국 월배당 ETF로 40대에 은퇴한다』
개복치96
2025. 4. 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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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30대에 파이어하고 싶다!!!
"나는 미국 월배당 ETF로 40대에 은퇴한다."
오랜만에 앉는 자리에서 책을 다 읽었다. 사실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니거니와 심도있는 그런 책도 아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싶이, 투자에 대한 서적이며, 그것도 굉장히 기초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저자가 쉬운 언어로, 정말 같이 수다떠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저자의 동기와 생각이 너무나 나와 똑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잠시 읽었었다. 프롤로그와 끝난 직후부터 다음과 같은 폐부를 찌르는 문장이 나온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이 질문에 대한 여운이 계속 머리에 남아 결국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나요?"라고 물었을 때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나 또한 아직 사회초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질문에 쉬이 대답하지 못하겠다. 나름 성공적으로 취업과 이직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틀었다고 생각이 간혹 드는 적도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할 수 없었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사실 이 두가지 질문만으로 책이 한권이 써질테다. 투자를 말하는 책은 보통 기술적인 내용을 담기 마련이다. 복잡한 숫자와 본인의 성공기와 스킬을 파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정말 보통 직장인들이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사는 명제를 적나라하게 밝히고 시작힌다.
한국에서 태어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한다. 본인 스펙에 어울리는 배우자와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군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고, 자녀를 출가시킨다. 그리고 회사에 시간과 열정을 바치고 정년 때까지 다니다가 병에 걸려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한국인의 삶이다. 이것도 모든 것이 문제없이 잘 풀릴 경우이다. 중간에 삐끗하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앞만 보고 바쁘게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내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이유도 이 문단 때문일 것이다. 정확히 내가 느끼는 것과 같다. 위에 인용한 책의 내용은 사실 '죽음'과도 같다.
우리는 죽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살지 않는다. 여러 자기개발서에서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가라 하지만, 우리는 인간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모든 순간에 죽음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면 살 수가 없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만도 같다. 그 무게에 짓눌리기에 살 수 없다는 뜻이라 짐작한다.
저자가 쓴 저 내용은 모든 사람이 암묵적으로 죽지 않은 것처럼 세상을 사는 것과 같이, 모든 직장인이 알고있고 느끼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외면하고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들때면 평범한 것도 어렵고, 이 또한 행복이라고 자기위로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평범한 소시민인 나도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저기서 말하는 "삐끗" 때문에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오직 생존을 위해 물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느낀다. 그저 끌려다니며 버텨내는 살아남는게, 이게 과연 삶이라 내가 말할 수 있을까. 내 삶의 마지막에 후회 없노라 웃을 수 있을까.
이런 요즘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상당히 유사하다 느껴, 투자/재태크 분야의 책이라는 것은 뒤로하고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요즘이라 하지만 몇년 동안 계속 따라다닌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특별한 기술이나 분석이나 심오한 투자에 대해 설명하진 않는다. 저자도 그렇게 설명한다. 초보인 저자가 왕초보인 독자를 위해 설명하는 책이라 말한다. 그래서 이 독후감에서도 기술적인 분석을 말하진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인의 애환이 곳곳에 녹아 있기도 했고, 유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도 많았다. 왜인지 모를 위안이 되기도 했고, 다 읽고난 다음에는 나도 열심히 더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약간의 자신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화려한 글쓰기 스킬 없이 그저 솔직하게 본인의 문체로 방식대로 쓴 글이기에 나 또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결심했다. 직장에 올인하지 않고,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될 거라고···.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이 어떻게 투자에 관심이 생겼는지 그 동기와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미국 월배당 ETF'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이 수단을 실행하는 방식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엮어 설명하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아머지는 소원이었던 임원이 되기 위해 매일 같이 야근하고 회식하느라 늦게 들어오셨고, 주말에는 피곤해서 늘 소파나 침대에서 주무셨다.
그렇게 회사를 위해 희생한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여전히 먹고 싶은거 못 드시고, 사고 싶은거 못 사신다.
회사에 충성하고 올인한 은행 임원 출신인 아버지의 노후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직장에 올인하지 않고,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될 거라고···.
저자는 위와 같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재테크에 대한 동기를 말한다. 요즘 세대와 다르지 않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진지 오래고, 게다가 IT 직종인 나는 다른 직종에 비해 이직이 훨씬 더 자유롭다. 또한 능력이 떨어지면 업계에서 퇴출되는 나이도 빠르고... 반대로 말하면 능력이 된다면 더 오래일할 수도 있겠지만, AI가 나오는 요즘에 글쎄... AI 전공이 아닌 이상, 대학원에 당장 들어가 최대한 빠르게 AI분야 박사를 따는 수준이 아닌 이상, 오히려 빠르게 퇴출 당할 직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아직 기회와 시간이 어느정도 있는 당장은 가장 좋은 투자는 나 자신의 능력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저자와 같은 생각도 들고 있다.
뒷 내용들은 평이하다. 여러 ETF를 분석하고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지, 생애주기별로 어떤 ETF를 추천하는지 등.
그 중 눈에 들어온 부분은 다음과 같다:
고위험 고배당 ETF의 가치
초고배당 ETF(NVDY)의 40% 배당 수익률
목돈 마련 → 거치식 투자 전략 (vs 적립식)
NVDY 외에도 SCHD, JEPI 등에 대한 분석
저자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주관을 드러낸다. 그래서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말고, 즐기는 삶을 살아라.
물론 세상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랑, 효도, 공부, 죽음 등 이러한 것들도 돈이 많으면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채 남들처럼 먹고사는 게 우선이라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후회하지만, 부양가족이 있어서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결국 죽기 전에 병원 침대에서 이불 킥을 하며 뼈져리게 후회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돈은 힘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는 곧 힘이다. 그 힘은 남을 해치는 게 아니라, 내 삶과 가족을 지키는 수단이라 믿는다.
이미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건 늦었을지도, 너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늦진 않았겠지만, 전력을 다해 뛰기엔 이미 체력이 부족한 나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어볼 것이다. 적성을 찾지 못해도 재미를 찾으며, 행복하게 살아보자.
겨우 월배당 투자 책을 읽으며 별 소리를 다한다고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뭐 어떠리, 길가다 마주친 나뭇잎 한 장에도 느끼는 것이 있는 것인데...